가젤은 아침마다 깨어난다
오피니언 / 2010. 11. 16. 10:42
매일 아침 가젤은 깨어난다.
가젤은 가장 빠른 사자보다 더 빨리 달리지 않으면 잡아먹힌다는 것을 안다.
매일 아침 사자도 깨어난다.
사자는 가장 느린 가젤보다 더 빨리 달리지 못하면 굶어죽는다는 것을 안다.
당신이 사자냐 가젤이냐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해가 뜨면,당신은 뛰어야 한다.
책 '세계는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를 읽다가 예전에 접한 적이 있는 아프리카 속담과 다시 만났다. '21세기 세계 흐름에 대한 통찰'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의 저자는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L. 프리드먼이다. 그는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라는 베스트셀러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가젤과 사자에 관한 아프리카 속담은 그가 오프쇼어링(off-shoring,생산시설의 해외이전) 대목을 언급할 때 나온다. 그의 친구가 운영하는 베이징의 연료 펌프공장 벽에 나붙은 글이라고 한다. 하지만 어디서 한 번쯤 만났을 법한 이 시(詩) 같은 속담에서 느끼는 바는 사람들에 따라 사뭇 다를 것으로 보인다. 평평해진 세상은 체념을 떨치고 희망을 갖게 하나, 우리를 경쟁의 무한궤도로 진입하게 만든다. 때문에 해만 뜨면 당신은 뛰어야 한다. 뛰지 않으면 잡아먹히거나 굶어죽는다. 좀 살벌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난 쥘 로맹의 '어느 아름다운 아침,파리는 일하러 나간다'가 더 좋다.
프리드먼은 세상을 평평하게 만든 동력으로 열 가지를 꼽는다.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윈도즈 출현,넷스케이프 출시,워크플로(work-flow) 소프트웨어,오픈소싱,아웃소싱,오프쇼어링,공급사슬,인소싱,인포밍,스테로이드(신 기술)가 그것이다. 둥근 지구를 평평하다고 했다해서 '거꾸로 읽는 세계사'같은 걸 연상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책을 읽어가면서, 반짝 했다가 마이크로소프트에 강타를 맞아 사라져간 넷스케이프의 출시를 거대 사건으로 짚은 게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미국의 아웃소싱 덕분에 인도가 붕붕 뜨고 있는 이야기 등을 저명한 칼럼니스트 답게, 쉽게 풀어놓은 그의 재치가 마냥 부럽다. 흥미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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