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한 중국인이라고?
오피니언 / 2010. 11. 16. 10:26
언젠가 지방 출장길에 들은 이야기다.
"중년의 한국인 사업가가 중국에 공장을 차렸다. 그는 중국인을 투자 파트너로 삼았다. 이 중국인은 온몸을 던져 일했고,회사에도 충성을 다했다. 사업은 날로 번창했다.
2년 뒤 어느 날,중국인 파트너가 시내의 으리으리한 호텔에서 저녁을 대접하겠다고 했다. 그는 호텔 음식점에서 '그동안 저를 이렇게 부자로 만들어 주신 데 대해 큰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그리고 결초보은의 뜻이라면서 매우 아름답고 젊은 여자를 바쳤고 ,성찬을 대접했다. 한국인 사업가는 이 딸같은 미인에게 완전히 빠져 동거에 들어갔다. 서울의 집과 중국을 오가던 그가 중국에 머무는 시간이 날로 늘어갔다. 그야말로 깨가 쏟아졌다.
어느 날 밤 돌연 중국 공안(경찰)이 사업가의 아파트에 들이닥쳤다. 그는 잡혀 갔다. 죄목은 간통죄였다. 그가 데리고 살던 여자가 유부녀라는 것이었다. 공안 책임자는 한국인 사업가에게 물었다. '중국 내의 모든 재산을 포기하고 귀국할래,아니면 6개월 징역살이를 할래?' 감옥에 가면 서울에 있는 가족과 친지들이 그의 불륜을 모두 알 것 아닌가. 한국인 사업가는 재산 포기를 결심했고,그 공장은 자연스럽게 여자를 바쳤던 중국인 파트너에게 넘어갔다."
직접 확인하지 못한 내용이나,큰 골격은 맞는 것으로 판단된다.
"한 자를 굽혀서 여덟 자를 편다."
중국 성어(成語)다.
즉 왕척직심(枉尺直尋,중국어 발음은 ' 왕 츠 쯔 쉰')이다. 심(尋)은 여덟 자(팔척,八尺)를 뜻한다.
두산 동아가 펴낸 '프라임 동아 중한사전'은 '왕 츠 쯔 쉰'의 뜻을 이렇게 풀이하고 있다. "한 자를 굽히고 여덟 자를 펴다. 작은 양보로 커다란 이익을 보다. 작은 어려움을 참으면서 큰 일을 이루다"
오늘날 중국인들은 이 원리를 생활전선에서 적용하고 있다. 작은 것을 탐내다 큰 것을 잃는(小貪大失)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않는다. 삼국지 조조의 후예답게 그들은 이런 전략 전술을 마다하지 않는다. 심지어 외국인 투자가들에겐 사기극으로 비치는, 위 사례와 비슷한 행위도 일부 중국인은 서슴지 않는다.
물론 위의 사례는 미인계와 왕척직심,그리고 사기술의 결합이다.
삼국지에선 유비가 관우와 장비의 반대를 무릅쓰고, 서주성을 여포에게 내준 뒤 작은 고을인 소패로 떠나 때를 기다린다. 왕척직심의 발로라 할 수 있겠다. 또 조조는 한나라 천자를 자신의 근거지로 모신 뒤 벌어진 논공행상에서 원소에게 대장군 벼슬을 양보한다. 이것 역시 왕척직심이다.
사서삼경 중 하나인 '맹자' 의 등문공 장구 하편에는 맹자와 제자인 진대의 대화 가운데 '왕척직심'이라는 말이 나온다.
진대는 맹자에게 옛 기록의 '왕척이직심(枉尺而直尋)'을 상기시키면서 제후를 만나보라고 권한다. 그러나 맹자는 "한 자를 굽혀서 여덞 자를 편다는 것은 이득을 갖고 한 말이니,옳지 않는데도 이로움만 있다면 해야 하느냐"며 나무란다. 맹자는 군자의 도(道)를 역설한다.
하지만 오늘의 중국인들은 '왕척직심'을 미덕으로 삼고 있다. 진득하게 기다릴 줄 아는 사람들이다. 사기성은 특정 개인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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