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오르지 못할 나무가 있을까?_날치를 생각한다
오피니언 / 2010. 11. 16. 10:35
"애기는 살아 있다.(The baby is alive.)"
탐사선 '오이겐스'가 타이탄에 착륙했다고 알려온 신호는 참 아름다웠다.
지구 생명체의 비밀을 푸는 열쇠를 쥐고 있다는 토성의 위성 타이탄. 그 선명한 오렌지 빛은 가슴을 설레게 했다. 과학자들이 스펙트럼 분석을 거쳐 흑백사진에 색을 입한 것이라고는 하나,태초 생명에 대한 외경을 갖게 하는 데는 전혀 부족함이 없다.
그리스 신화의 거인족 이름을 붙인 타이탄(Titan)은 '매우 크거나 중요하며(very big or important),강력한(powerful)'이라는 뉘앙스를 갖고 있다. 침몰한 호화 유람선 타이타닉호도 그 웅대함을 과시했을 터다. 수성(Mercury),금성(Venus),지구(the Earth), 화성(Mars) 목성(Jupiter),토성(Saturn),천왕성(Uranus),해왕성(Neptune),명왕성(Pluto) 등 태양계의 9개 행성(行星) 가운데,토성은 여섯 번째 것이다. 이글거리는 태양에서 그만큼 멀리 떨어져 있으니,토성의 위성인 타이탄 표면의 온도가 영하 180도인 게 이해된다. 지구에서도 땅 표면의 온도가 영하 18도일 때 땅 속 지하 150cm의 온도가 영상 8도라니 말이다.인류가 탐사선의 활동에 집착하는 건, 원시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가진 타이탄에서 생명체의 탄생 비밀 열쇠를 하나쯤 얻기 위해서다.
러시아 작가 미하일 일리인은 저서 '인류 탄생의 역사'에서 다음과 같이 서문을 풀어간다."땅 위에는 거인이 있다. 그에게는 기차를 거뜬히 들어올릴 수 있는 팔이 있다. 그에게는 하루에 몇천 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는 다리가 있다. 그에게는 어떤 새보다도 높이 구름 위로 날아오를 수 있는 날개가 있다. 그에게는 어떤 물고기보다도 멋지게 헤엄칠 수 있는 지느러미가 있다. 그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도 볼 수 있는 눈이 있고,다른 대륙에서 얘기하는 것을 드을 수 있는 귀도 있다. 그에게는 산을 뚫고 세차게 떨어지는 폭포를 막을 정도로 힘이 있다. 그는 자기 뜻대로 대지를 개조하고,숲을 키우고,바다와 바다를 연결하고,사막에 물을 끌어들인다. 이 거인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일리인은 말한다. "이 거인은 바로 인간이다.그렇다면 인간은 어떻게 거인이 되고,대지의 지배자가 됐을까?"
어류는 양서류에서 갈려 나왔다고 한다. 또 양서류에서 피충류가,파충류에서 포유류와 조류가 나타났다는 견해를 우린 배워 알고 있다. 하지만 생명의 신비를 함부로 논할 수 없거니와,복잡한 과학현상의 규명도 전문가들의 손에 맡겨 놓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난 그저 그 신비스러움에 가벼운 전율을 느끼는 것으로 만족해야지 별 도리가 없는 듯하다. 일리인의 저서에선 오히려 적자생존과 유전,변이,도태에 대해 흥미를 느꼈다. 그리고 거기서 삶의 지혜를 한 가닥 파내기 위해 애썼다. 어류 3종이 눈길을 끌면서 내 뇌세포를 모처럼 왕성하게 움직이게 했다. 날치(flying fish)와 폐어(肺魚,lungfish),그리고 조개껍질(shell)이 그것이다.
날치는 열대 지역에서 물가를 날아다닌다고 한다. 그 뿐이 아니다. "오르지 못할 나무 쳐다보지도 말라"고 했는데, 이 놈은 어른들의 말씀도 잘 듣지 않는다. 나무까지 기어 오른다. 지느러미 한 쌍이 다리 역할을 한다. 또 폐어는 포유류의 폐와 비슷한 부레를 갖고 있다고 한다. 호주의 메마른 강가에 사는 '네오세라토다스'라는 이름의 폐어는 생명력이 강하다. 건조기에 다른 물고기들이 모두 말라 죽어도 이 놈은 끄떡없다. 물웅덩이에 있으면서 머리를 물밖으로 내밀고 신선한 공기를 빨아들인다. 아프리카에는 물이 없더라도 잘 살아가는 폐어도 있다고 한다. 폐어는 건조기가 되면 진흙 속으로 들어가 비가 내릴 때까지 납작 엎드려 있다는 것이다. 바닷가의 조개껍질은 어떤가. 이 놈은 바위에 붙어 연명한다. 아무리 센 비바람이 불어도 바위를 껴안고 놔주지 않는다. 폭풍우조차도 조개껍질을 바위에서 떼어 놓을 수 없다.
생명의 외경을 느끼게 하는 오이겐스의 타이탄 착륙을 보고 삶에의 애착과 적자생존을 떠올리는 것은 또다른 신성모독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린 이 땅을 딛고 살아간다.조개껍질처럼 '자신의 작은 세계'를 손에서 놓아선 안된다. 비가 오는 날이든 햇볕이 쨍쨍 쬐는 날이든 폐어처럼 살아남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폐활량(건강+실력)을 늘릴 수밖에 없다. 또 '준비하는 자에겐 기회가 온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고 살아야 한다. 날치의 지혜에 대해 곰곰 생각할 필요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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