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잘못 만난 이들을 위하여_난소복권
오피니언 / 2010. 11. 16. 10:30
<부모의 보살핌 속에서 크는 아이들이 유치원 앞에 내건 경고문>
태생이나 출신이 한 인간의 삶을 결정짓는 경우가 많다. 어떤 부모한테 태어나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자라느냐에 따라 인생의 길이 갈리는 예가 적지 않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호인 빌 게이츠는 이런 태생적 기회나 한계와 관련해 '난소복권(ovarain lottery) '이라는 표현을 종종 쓴다. 미국과 같은 기회의 땅(the land of opportunity)에서 태어나는 것 자체도 난소복권에서 대박을 맞은 것으로 볼 수 있겠다. 하지만 빌 게이츠는 "30년 전에는 미국 뉴욕주에 있는 인구 3만명의 소도시 포킵시에서 보통사람으로 태어나는 것과 뭄바이나 상하이 같은 대도시 근교에서 천재로 태어나는 것 가운데 하나를 고르라면 아마 전자를 택했을 것이나,물리적 거리보다 재능이 더 중요해진 지금은 후자를 택할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세계가 한 울타리에 들어온 요즘 세상에선 똑똑하고,열심히 노력하면 어디에서 태어나든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난소복권'을 제대로 손에 쥐지 못한 채 태어난 아이들에겐 이 세상이 곧 암흑이고,공포이고,지옥이다. 하수구 옆에서 사는 인도의 불가촉천민을 부모로 둔 처절한 아이들, 에이즈 환자를 부모로 둔 처참한 아프리카 아이들만이 그런 게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죽지못해 목숨을 이어가는 그런 아이들이 결코 적지 않다. 온 몸에 피멍이 들게 얻어맞고 버려지는 아이들이 바로 그들이다. 난소복권을 잘못 뽑은 불쌍한 인생들이다. SBS는 12일 '8시뉴스'에서 아동 방임과 유기실태 기획시리즈를 시작했다. 이날 방송의 제목은 '매 맞고 버려지는 아이들,한 해 8천명'이었다. 기자가 경기도 남부 아동일시보호소에 버려진 어린 아이에게 묻는다. " 뭘 제일 해보고 싶어요?" 어린 아이의 대답은 사뭇 충격적이었다. "주사 맞으러 가는 거요." 무서운 주사바늘에 찔리더라도 어른의 따뜻한 품에 안겨 관심을 받고픈 이 아이들. 쇠망치로 머리를 꽝 얻어맞은 느낌이었다.부모를 잘못 만난 탓에,몸과 마음이 멍든 채 버려지고 있는 이 아이들. 이들에겐 정녕 복권 당첨의 기회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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