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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2.04 [베이비부머 퇴직일기](34)잃어버린 버버리 목도리 찾았다_집에서 쫒겨나지 않았다
  2. 2010.12.04 [베이비부머 퇴직일기](33)백수(白手)를 쌍수(雙手)로 환영해주다
  3. 2010.12.04 [베이비부머 퇴직일기](32)고등학교는 좋은 데 나오고 볼 일?
  4. 2010.12.03 '죽은 노인의 사회'는 안된다. 모성보호의 곁방살이를 끝내라
  5. 2010.12.02 장수 유감_오래 산다는 것 자체가 리스크(risk)다
  6. 2010.12.02 은퇴후 필요한 자금 함부로 추산해 내놓지 말라
  7. 2010.12.02 50대의 도전_스마트폰 앱 제작
  8. 2010.12.01 엄마
  9. 2010.11.30 [베이비부머 퇴직일기](31)새로운 시작...큰 자유를 얻다
  10. 2010.11.30 [베이비부머 퇴직일기](30) 제자의 조선일보 합격을 축하하며
  11. 2010.11.30 [베이비부머 퇴직일기](29) 회사 일을 완전 정리했다
  12. 2010.11.28 [시 한편]여행자_백 만 년 동안의 고독
  13. 2010.11.28 [베이비부머 퇴직일기](28)내가 만약 헤드헌터 회사에 등록한다면?
  14. 2010.11.28 [베이비부머 퇴직일기](27) 아이패드,아이폰 4.2버전으로 바꾸기
  15. 2010.11.27 [베이비부머 퇴직일기](26) 내 분신(分身)의 불사르기(火葬)_회사 신분증의 종말
  16. 2010.11.26 [베이비부머 퇴직일기](25) 얼굴로 장난치지 마라?
  17. 2010.11.25 콘라드 로렌츠의 '인류의 8대 죄악'
  18. 2010.11.25 평생 죽음을 준비한 사람들
  19. 2010.11.25 폴 월리스의 '고령화 파동'
  20. 2010.11.25 베이비붐 세대가 선호하는 페이스북 에티켓
  21. 2010.11.25 [베이비부머 퇴직일기](24)아빠 은퇴에 긴장하는 두 아들 "걱정 말아라"
  22. 2010.11.24 [베이비부머 퇴직일기](23) 건강수명 68세를 위해선...
  23. 2010.11.24 [베이비부머 퇴직일기](22)덕담 쏟아진 연세대 경영학과 동기 모임
  24. 2010.11.23 [베이비부머 퇴직일기](21)남자도 가계부 못쓸 이유 없다
  25. 2010.11.22 [베이비부머 퇴직일기](20) 고주망태 될 일이 없다
  26. 2010.11.21 배꼽잡는 베이비부머 비디오
  27. 2010.11.21 美피터하트연구소 '은퇴의 새 얼굴'연구보고서
  28. 2010.11.21 준비 안된 노후...흔들리는 한국
  29. 2010.11.21 은퇴 4개 유형 중 당신은 어디 속하나
  30. 2010.11.21 [베이비부머 퇴직일기](19) 안경 값을 40%로 낮춰 맞추다
며칠 전,거나하게 술을 마신 뒤 잃어버렸던 버버리 목도리를 찾았다. 그 날 술자리는 조선일보에 합격한 고려대 언론학부 신문방송학과 제자를 비롯한 세 명의 후학들과 함께했다. 3차까지 갔는데 어디에 목도리를 흘렸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우선 친구들과의 저녁약속을 남대문 시장의 닭곰탕집에 잡았다. 이 닭곰탕집은 1962년에 문을 연 유서깊은 식당이다. 저녁식사를 마친 뒤 (옛)삼성본관 앞 카페 '음악과 사람들'에 확인해 보니 목도리가 없다고 했다. 북창동 호프집 '술먹는 하마'로 갔으나 거기에도 없었다. 난감하다. 그렇다면 1차인 청기와 생고기집에서 흘렸단 말인가. 거기선 정신이 말똥말똥했는데...




한참 걸어서 청기와 생고기집에 도착했으나, 이미 문을 닫은 뒤였다. 이 곳은 생고기로 끓인 김치찌개가 일품이다. 하지만 난 코다리찜을 훨씬 더 사랑한다. 코다리에 서울막걸리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 가운데 하나다. 불꺼진 창을 뒤로 하고 터벅터벅 걸어서 귀가할 수밖에 없었다. 전화번호를 확인한 것만도 큰 수확이다. 

다음날, 점심 때가 지날 무렵,청기와 생고기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잘 싸서 간직하고 있습니다" 여주인의 정겨운 목소리가 목도리의 안전을 알렸다. 다음날 마포 사무실의 대학동기들을 꼬드겨 서소문의 생고기집으로 진출했다. 그리고 드디어 며칠 만에 버버리 목도리를 찾았다. 다행이다.마누하님에게 쫒겨나지 않겠구나! 

이 목도리는 우리 집 마누하님의 정성이 깃든 선물이다. 2년 전인가 버버리 목도리를 잃어버렸다. 그 땐 4차 술집 어디에서도 목도리를 발견하지 못했다. 못내 아쉬워했고, 마누하님에게도 매우 미안했다. 그런데 마누하님이 여러 날에 걸쳐 백화점 등을 뒤진 끝에 컬러와 디자인이 똑같은 목도리를 사왔다. 그 갸륵한 정성 때문에 목도리는 다시 잃어버리면 안되는 소지품 가운데 하나가 됐다. 이사 갈 때 버려지지 않으려면(ㅋㅋ) 이런 건 좀 잘 간직해야 한다. 제2의인생에선 마누하님의 힘이 무척 강하다. 글=김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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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 환영회가 열렸다. 

대학 동기 4명이 제2의인생 첫 발을 디딘 나를 위로하기 위해 환영회 겸 송년회라는 명목으로 저녁식사 자리를 마련해 줬다. 홍대 앞 '미주가리 횟집'에서 백고둥 찜, 쥐치 회,문어 회,도루묵 찌개 등을 안주 삼아 양주와 소폭을 때렸다. 

강원도 출신인 친구 문찬이는 옛날엔 버렸던 쥐치나 도루묵을 요리하니 맛있다고 한 마디 한다. 양주는 문찬이가 중국 출장갔다 올 때 사온 위스키 글렌피딕(Glenfiddich) 18년산이었다. 양주는 값과 맛,품질을 따져 볼 때 역시 18년산이 최고다.  







근처 노래방에 들어갔으나 룸이 너무 좁아 다른 곳으로 옮겼다. "야, 우리 나이에 아이들처럼 그렇게 좁은 곳에서 노래 부를 일 있냐?"  한 친구의 강력한 제의로 노래를 부르는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남자가 다섯 명이나 되니 우리끼린 좀 그렇다. 도우미 두 사람을 불러 분위기를 약간 부드럽게 했다. 이 정도면 그런대로 품위를 지키면서 재미있게 놀았다.  

온라인과 모바일의 세계에서 새로운 꿈을 찾아가는 내게 동기들의 따뜻한 격려는 앞으로 큰 힘이 될 것으로 믿는다. 벌써 한 친구가 코칭에 나선다. 글의 종류와 트위터 활용에 대해 한 말씀 하신다. 

일부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일부는 저간의 사정을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다. 그렇더라도 관심을 쏟아주는 친구가 고맙다. 일리 있는 말은 조만간 따로 만나 자세히 듣고 항로 수정에 반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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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 달 전부터 나가고 있는 마포 사무실은 매우 독특하다. 대학 동기 4명이 옹기종기 모여 일을 한다. 1977년에 연세대학교 상경대학에 입학한 동기들이다. 이 가운데 3명은 수출입 업무와 내수 시장 판매를 겸하는 종합상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한 명인 나는 종합 일간지 신문기자 출신의 화려한 백수다. 


집에 '무농약 토마토' 한 상자와 과일을 통째로 갈아 만든 토마토,키위,감귤,딸기 주스(용량 460ml)가 각 한 병씩 배달됐다. 동기들에게서 몇 번 이야기 들었던 사람에게서 온 택배물이다. 도착하자마자 주스 세 병이 불티나게 팔리는 바람에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했다. 






토마토 자체도 신선하고 맛있다. 주스는 맛과 영양이 듬뿍 들어 있는 것 같다. 화려한 백수가 이런 선물도 받다니 영광이다.(이럴 때 내가 자주 쓰는 농담. "영광은 내 친구 고향이여~")





값진 건강식품을 보낸 이는 경제학과 출신인 주성돈 사장의 우신고 동창이라고 한다. 그는 고교 동창의 가까운 친구들에게 자신이 제조 및 판매하는 제품을 선물로 보낸 것이다. 동기들끼리 농담을 했다. "고등학교는 좋은 데 나오고 볼 일이야. 우신고 같은 명문을 나와야 이런 것도 얻어먹지. ㅋㅋㅋ"   





내가 감동을 먹은 건 택배물에 동봉한 편지 한 통이었다. 편지지 겉봉투에 '김영섭 님께'라고 쓴 이 편지지의 발송자는 토마토영농조합법인 최승국씨. 이 사람이 우신고 1회 졸업생으로,연대 경제학과 출신의 주성돈 사장의 고교 동기다. 난 아직 만나본 적 없으나, 같은 사무실의 동기들은 모두 꽤 친한 모양이다. 





네이버에서 검색해 토마토영농법인 웰그린 사이트(http://wellgreen.com)에 들어가 봤다. 최승국이라는 사람이 토마토 영농법인의 대표다. 경영학과 동기인 이인근 사장이 "영섭아, 승국이하고 소주 한 잔 해봐. 참 괜찮은 친구야. 언제 한 번 일산 가서 함께 한 잔 하자"라고 말한다. 

화려한 백수는 혼자 중얼거린다. "빨리 자리를 잡아야 사람들을 떳떳하게 만날텐데..." 그리고 또 옹알거린다. "고등학교는 좋은 데 나오고 볼 일이여" 
글=김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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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보험 누적적립금 가운데서 모성보호급여를 지급한다는 건 썩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개인이 이 두 가지 문제의 범위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면 관심거리도 되지 않는다. 이는 마치 자식들을 모두 대학에 보낸 집에선 대학입시제도 자체와 관련 사항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 것과 비슷한 속성을 가진다. 

고용보험은 현재의 추세대로 급여가 나갈 경우 2013년에 무려 7722억원의 누적 적립금 적자를 보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런데도 노사가 매달 내는 돈을 쌓는 고용보험의 둥우리에서 알토란 같은 돈을 빼내 모성보호에 쓰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뿐만 아니다. 저출산 문제는 실업자의 재취업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앞으로 국가경제에 큰 파장을 던질 것이 분명한데도 모성보호를 곁방살이하게 만드는 건 매우 심각한 문제다.  

물론 더부살이를 하는 모성보호급여가 차지하는 비중은 실업급여에 비해 상당히 적다. 올해 예산으로 짠 모성보호급여는 3360억원이다.하지만 올해말까지 최대 3700억원이 지급될 것으로 예측된다. 모성보호급여는 육아휴직급여,산전.산후 휴가급여에 주로 쓰인다. 이에 비해 실업급여는 연 4조 원이 넘는다. 2009년부터 2010년 6월까지 쓴 실업급여액은 6조 4000억원에 달한다. 따라서 이를 18개월로 나누어 1년 분을 계산하면 4조 2660억원이 연간 실업급여로 쓰임을 알 수 있다. 


실업급여는 모성보호급여의 약 11.5배에 달한다. 때문에 모성보호급여가 실업급여의 곁방살이를 하는 데 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으로는 다르다. 모성보호급여를 대폭 늘리고, 별도의 예산으로 관리해야 마땅하다. 실업급여 적립금도 조만간 바닥을 드러낼 판이다. 

무엇보다도 젊은이들이 아이를 잘 낳지 않아 늙은이들만 가득한 '죽은 노인의 사회'가 되지 않도록 출산 장려 및 모성보호에 높은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활력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이 부문에 많은 돈을 쏟아붓고,기성세대가 애정과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전국 방방곡곡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그치게 해선 절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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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수명이 80세가 넘는다고 좋은 게 아니다. 오래 산다는 것 자체가 리스크(risk)다. 사회는 늙은이들로 가득하고 활기를 잃어간다. 가까운 미래엔 평균수명이 '90세+알파'라는데 젊은이들은 아이를 낳지 않고, 노인 그룹은 한없이 늘고 있다. 낮 시간에 지하철을 타면 우리나라의 앞날이 결코 밝지 않음을 새삼 느끼곤 한다. 참 큰 일이다. 

고령화사회에선 일을 계속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이른바 워킹푸어(working poor)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따라서 만 65세 미만의 장년층은 지금부터라도 준비를 천천히 서둘러야 한다. 이들의 대부분은 IT를 거의 모른다. 아예 까막눈이거나, 인터넷이나 휴대폰으로 겨우 이메일.메시지를 보내는 낮은 수준의 부적응자들이다. 그러므로 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의 트렌드를 따라잡으려면 하루속히 IT분야의 실무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젊은 사람들과 잘 소통하고, 일 처리 속도를 빠르게 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풍부한 경험과 경력을 십분 살릴 수 있다. 

고령화사회와 저출산은 우리 나라에 큰 걸림돌이 되는 양축이다. 최근 수년 사이 가장 딱한 대학 전공자는 유아교육과 출신이라고 한다. 지도하고 돌볼 아이가 사라지고 있으니 그들의 앞날은 암울할 따름이다. 이런 시쳇말이 있다. "5년 전 쯤엔 백화점에서 임산부 코너가 자취를 감췄다. 2~3년 전에는 백화점에서 신생아 코너가 사라졌다. 그리고 거리에서 산부인과가 멸종돼 가고 있다."

여러 선진국과 한국에 쓰나미처럼 밀려드는 고령화 및 저출산의 우울한 상황들이 정말 장난이 아니다. 특히 베이비부머와 노년층은 워킹푸어 문제와 자신의 노동력 제공,그리고 자원봉사 등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서울강남고용지원센터 교육담당자의 지적은 꼽씹어 볼 만한 가치가 크다. 
"이제 나만 잘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야 합니다. 차별화가 필요합니다. 잘 하고 즐길 수 있는 일을 찾아 매진해야 합니다. 저는 중앙일보를 즐겨 봅니다. 그 신문에서 사법시험에 일찍 합격해 연극을 하는 어느 판사에게 공부의 비결을 물었습니다. 그 판사는 이렇게 답변했더군요. '법전에 이효리 라는 글자를 써놓고 공부에 푹 빠졌어요.'라고요. 그렇습니다. 자신이 푹 빠질 수 있는 재밌는 일거리를 찾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장수(長壽) 유감의 시대가 됐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공자의 지호락(知好樂)을 떠올려야 한다. 최신 트렌드를 알고 실무지식과 테크닉을 익혀야 한다.(知) 하지만 거기에 그쳐선 안된다.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해야 한다.(好) 억지로 좋아해선 효율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자신이 좋아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푹 빠지는 게 바람직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이 하는 일을 즐겨야 한다.(樂) 그런 경지에 이른다면 일의 능률을 높일 수 있고,여생을 좀 더 활기차고 즐겁게 지낼 수 있지 않겠는가.   글=김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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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자녀교육 올인해 여윳돈 적고, 그나마 날릴까 투자 머뭇 … 은퇴 후 30년 어쩌나

 

[중앙일보 권혁주] 한국 32%, 프랑스 21%, 독일 9%, 네덜란드 9%. 높아서 좋은 수치가 아니다. 직장인 중 ‘노후 준비가 전혀 없다’고 답한 사람의 비중이다. 피델리티자산운용이 한국과 유럽 각국을 조사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드러난 현실이다. 한국은 근로자들의 은퇴 후 소득 감소율도 가장 높은 것으로 별도의 조사에서 나타났다. 한국은 은퇴 후 소득이 은퇴 직전의 42%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은 58%, 영국은 50%, 일본은 47%였다. 준비가 없으니 퇴직 후 소득이 급감하는 것도 당연하다. 대체 한국 근로자들은 왜 은퇴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일까.
한국 직장인들이 노후준비에 소홀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집 장만하고 애들 가르치느라 여윳돈이 없다는 것, 둘째는 극히 보수적인 투자 성향, 셋째는 정부의 정책 미흡이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은 사교육비는 말할 것도 없고 공교육비의 민간 부담률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다. 부동산 가격도 소득 수준에 비해 몹시 높다. 이 때문에 가계자금이 대부분 부동산에 묶여있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가계자산의 약 80%가 부동산이다. 반면 미국은 이 비중이 35%, 일본은 41%로 한국의 절반 안팎이었다.
반대로 금융자산 비중은 한국이 20%, 미국은 65%, 일본은 59%다. 미국이나 일본은 노후 대비나 목돈 마련을 위한 목적으로 훨씬 많은 돈을 배분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은퇴 후 자금사정이 우리에 비해 더 넉넉하다.
한국인들은 또 노후 대비 금융상품도 예금·적금처럼 안전한 것 위주로 운용한다. 피델리티자산운용이 한국과 유럽 각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한국인은 ‘낮은 위험, 낮은 수익률을 선호한다’는 응답이 89%였다. 유럽 각국은 70% 안팎이었다. 전체 가계자산에서 펀드·주식·채권 같은 금융투자상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한국은 5.8%로 미국(33.8%)의 6분의 1에 불과했다. 안전자산을 찾는 성향으론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일본인들도 금융투자상품 비중이 7.6%로 한국보다 높았다.
이처럼 안전자산에만 쏠리다 보니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노후 대비 자금을 불리기가 쉽지 않다. 보험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개인이 매달 20만원씩 30년간 연금을 부어도 은퇴 후 받을 수 있는 돈은 퇴직 직전 소득의 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연금의 평균적인 투자 성향에 따라 투자했을 때 거두게 되는 수익이 이렇다.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안전자산에만 몰두하면 은퇴 후 여유를 갖기 힘들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다. 보험연구원 류건식 선임연구위원은 “퇴직 후 자금은 안전이 중요하지만 수익률까지 고려해 적절히 투자 배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전자산만 쳐다보는 성향을 탓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어쩌다 한 번씩이라지만 펀드를 굴리는 자산운용사들이 사고를 쳐 개인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기 때문이다. 당장 최근만 해도 와이즈에셋자산운용이 파생상품에 돈을 굴렸다 900억원의 손실을 냈다. 주식 시장 막판 외국인의 대량 매도로 주가지수가 뚝 떨어진 11월 11일 하루에 이만큼 손실을 입었다. 이 때문에 이 회사가 운용하는 펀드 가입자들이 총 1조원대에 이르는 펀드 환매 요구까지 했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노후 생명줄인 은퇴 준비자금을 저런 데 맡겨 한 번에 털어먹을 순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게 마련이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와이즈에셋의 경우와 같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의 건전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개인들의 노후 대비 투자자금을 수익성 높은 자산에 끌어들이기 위한 세금 혜택도 약하다. 현재 한국은 연금저축 가입자에 대해 연간 납입액 중 3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해준다. 금융투자협회와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등에 따르면 미국은 연간 1만6500달러(약 1900만원)까지 세금혜택을 주고 있다. 

은퇴한 뒤 필요한 노후자금은 100인데, 실제 마련할 수 있는 돈은 불과 65. 우리나라 도시 근로자들의 현실이다.

 피델리티자산운용이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노년·은퇴설계지원센터에 의뢰해 도시 근로자의 은퇴자금 준비를 분석, 30일 발표한 결과다. 서울대는 통계청의 가계 수입·소비 실태와 노동부의 임금 조사, 한국투자자보호재단의 펀드 투자자 조사 등을 토대로 현재 근로자들의 은퇴 후 예상소득 수준을 산출했다.

 이에 따르면 도시 근로자들은 2010년 화폐가치로 따져 3억3000만원을 은퇴자금으로 마련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개인 저축 1억6000만원,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 연금 1억3000만원, 퇴직연금 1000만원 등이다. 보유 부동산은 이에 포함되지 않았다.

 연구를 주도한 서울대 최현자(소비자학) 교수는 “대도시인들이 생각하는 은퇴 후 필요 자금 규모는 5억1000만원”이라고 밝혔다. 한국투자자보호재단이 2007년 서울과 6대 광역시 성인 3500명에게 은퇴 후 생활을 위해 얼마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하는지를 물어본 결과다.

 얼핏 많은 금액 같지만, 은퇴 후 30년에 걸쳐 연금으로 매달 140만원을 받으면 5억1000만원이 된다. 이 돈으로 자녀의 결혼 비용 같은 목돈과 노후 의료비 등도 충당해야 한다. 다른 수입이 없으면 이 돈만으론 살림이 무척 빠듯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마저도 도시 근로자들이 스스로 장만하기에는 1억8000만원(35%)이 모자란다는 게 이번 연구의 결론이다. 부족분은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은퇴 후에도 다른 일자리를 갖 는 식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피델리티자산운용과 서울대는 이날 ‘은퇴소득대체율’이란 지표를 발표했다. 은퇴 후 예상되는 평균 연간소득이 은퇴 직전 연소득의 몇 %에 해당하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국내 도시근로자의 경우 은퇴소득대체율이 42%인 것으로 나타났다. 바꿔 말하면 은퇴 후 소득이 은퇴 전보다 58% 감소한다는 얘기다. 미국(58%), 홍콩(54%), 일본(47%) 등은 한국보다 은퇴소득대체율이 높았다.

 은퇴소득대체율은 3년 전 조사(41%) 때보다 1%포인트 높아졌다. 상황이 조금 나아진 것 같지만 속내는 달랐다. 대체율이 증가한 주된 이유는 국민연금 수령 예상액이 늘어서다. 퇴직 후 소득에서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분석 때 32%에서 이번에는 41.1%로 높아졌다. 반면 개인연금이나 저축 등 개인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64.4%에서 55.7%로, 퇴직연금과 퇴직금의 비중은 3.6%에서 3.2%로 감소했다.

최현자 교수는 “금융위기 이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저축률이 낮아지고 금리도 떨어진 반면, (물가 상승 등으로) 가계지출은 늘어나는 바람에 개인저축 등의 퇴직 준비 기여도가 뚝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연령대별로는 50대의 은퇴소득대체율이 35%로 가장 낮았다. 50대들의 코앞에 닥친 퇴직이 실제 이뤄지면, 수입이 갑자기 65% 감소한다는 의미다. 직장에 있을 때와 나왔을 때의 온도 차가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1955~63년생을 일컫는 ‘베이비붐 세대’의 상당수가 바로 이 연령대에 포함된다. 5년 전 시작된 퇴직연금제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는 점이 은퇴 후 수입이 급감하는 원인이다.

 이들이 퇴직하기 시작하면 부족한 수입을 메우기 위해 부동산을 처분할 가능성이 크다. 고정자산의 유동화다. 이에 따라 가뜩이나 바닥인 집값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다른 직장을 찾기 어려운 연령대이므로 소자본으로 자기 사업을 하려는 사람도 늘 전망이다.

피델리티자산운용 정찬교 부장은 “베이비붐 세대의 상당수는 직장 퇴직 후에도 소득을 올리기 위해 자영업 전선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혁주 기자

직장인들이 생각하는 은퇴 후 필요한 자금은 5억 1000만 원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걸 뜯어보면 별것 아니다. 그냥 퇴직한 뒤 한 달에 140만 원을 30년 간 쓰자면 5억 1000만원이 필요하다는 셈이 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조사 대상자들이 5억 1000만 원은 있어야 할 것 같다는 계산은 완전 주먹구구식이다. "그냥 그 정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수준에 불과하다.엉성하기 짝이 없다.  몇 살까지 살 것을 가정한 것인지에 대한 언급도 전혀 없다. 

만약 82세까지 산다고 가정한다면 베이비붐 세대(1957년생)인 내 경우 62세부터 20년 동안 국민연금을 받게 돼 있다.물론 이는 정치적 격변을 전제하지 않은 것이다. 이 경우 공적자금,즉 국민연금 혜택만 해도 20(년) x 12(개월)x130만(원,국민연금 월 지급액,2010년 기준으로 1957년생이 받을 것으로 추산되는 돈 )= 3억 1200만 원에 달한다. 국민연금 수혜 기간을 만약 30년으로 치면  4억 6800만 원이 된다.    

은퇴 후의 예상수입 항목 가운데 개인저축(896만 원),개인연금(73만 원),기타(114만 원)를 그대로 살리고,여기에다 연간 공적연금 수입 1560만 원(130만원x12개월)을 더 하면 '은퇴 후 예상 연간 평균소득'은 2,643만 원으로 늘어난다. 

설문 응답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은퇴 후 필요한 자금에 바탕을 둔 셈법은 이래서 허술하기 짝이 없다. 또 은퇴 후에 돈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본다. 가뜩이나 걱정이 많은 사람들에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다. 밑도 끝도 없이 추산한 은퇴자금은 베이비부머들의 혼란만 가중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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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부터,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큰 열망을 하나 가졌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하는 방법을 배워 직접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여기저기 젊은 개발자들에게 물어봤다. 하지만 그게 쉬운 게 아니었다. C++ 언어도 배워야 하고, 학원에 다니더라도 7개월 이상 죽어라고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 후배는 결사코 말렸다. 늘그막에 무슨 고생을 사서 하려고 하느냐는 투였다. 그 말에도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지난해 웹디자이너 과정과 웹 프로그래머 과정을 컴퓨터학원에서 배우고 관련 강좌를 온라인 사이트에서 들었다. 그런데 머리가 하도 아파서 두뇌 회전이 정지되는 듯한 상황을 여러 차례 겪었다.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더욱이 50대 장년으로선. 

몇 달 뒤 그 후배가 쉽게 앱을 제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솔루션)이 한국에서 곧 나온다고 귀띰해 줬다. 몇 달 기다렸더니 드디어 그런 류의 솔루션이 나왔다. 온라인 바다에서 그 사실을 알고 해당 사이트(mbizmaker.com)를 방문했다.그리고 그 프로그램을 어젯밤 다운로드해 여기저기 뜯어보기 시작했다.  

이 사이트를 운영하는 원더풀소프트사는 스마트폰 앱 제작 교육도 시켜주고,오픈 마켓에 앱을 출시해 수익이 날 경우 판매수익금의 70%,광고 수익금의 50%를 개발자에게 준다고 한다. 교육은 물론 유료다. 초급 개발자 과정은 1일(8시간)에 10만원을 내야 한다. 또 전문개발자 과정(5일,40시간)은 60만 원을,개발기획자 과정(5일,40시간)은 75만 원을 내야 한다. 

직접 개발까지 하든,아니면 기획만 하든 우선 초급 개발자 과정부터 들어볼 생각이다. 가장 가까운 시일 내에 있는 과정 교육은 12월 11일(토)이다.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해 살펴본 결과,초급 과정은 노력하면 그럭저럭 익힐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붙었다. 50대 중반의 새로운 도전,스마트폰 앱 기획 및 제작
멋있지 않은가. 신문기자 출신이 별걸 다 한다. ㅋ 어쨌든 오늘은 가슴이 쿵쾅거린다.  글= 김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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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오피니언 / 2010. 12. 1. 23:59



엄마 
                                                           정채봉

꽃은 피었다 
말없이 지는데 
솔바람은 불었다가
간간히 끊어지는데

맨발로 살며시
운주사 산등성이에 누워계시는
와불님의 팔을 베고
겨드랑이에 누워
푸른 하늘을 바라본다


엄마...


012345



구름이 머무는 곳,운주사(雲住寺).                                                       내가 이 절을 찾은 건 1998년 여름이었다. 전남대 교수로 봉직하는 고교 친구의 안내로 운주사에 들렀다. 이 절의 가장 큰 특징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여승(비구니)들만 수행하고 있다는 점과 누워있는 부처(와불,臥佛)가 있다는 점이다.  

정채봉 시인은 전남 순천 출신으로 2001녀 55세로 요절했다. 운주사의 두 가지 특징들 때문에 정 시인의 '엄마'는 묘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비로자나 부처님(광명의 부처님)을 주불(主佛)로 모신 이 절은 원래 천불천탑이 있었다고 동국여지승람(1481년 편찬)의 기록은 전한다.                                                                                                                                 여승과 와불과 엄마.왠지 애잔하고, 고요하고,그리움이 사무치는 느낌을 주는 단어들이다. 와불의 품에 비스듬히 안겨 바라보는 하늘은 늘 쓸쓸하다. 엄마의 얼굴을 떠 올리면 언제나 눈시울이 뜨거워지듯이. 조만간 고기라도 한 근 사서 엄마를 찾아뵈야 겠다.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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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1일은 새 삶이 열리는 날이다. 완전한 자유인이 되는 뜻깊은 날이다. 조기 퇴직의 길을 밟았지만 꿈과 희망을 다시 다지는 날이다. 꿈을 잃지 않고 회사 문턱을 나섰으니 천만 다행이다. 


가장 하고 싶었던 것 가운데 하나가 자유롭게 글을 쓰는 일이다. 조직에 얽매인 사람은 직업인으로서의 윤리를 지켜야 마땅하다. 난 "절이 싫으면 중이 절을 떠나야 한다"는 시쳇말을 진리로 여기며 살아왔다. 







이제, 자유다. 맨 먼저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고 싶다. 오블(오마이뉴스 블로그)에도 이따금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풀어 놓고 싶다. 물론 내 희망의 등불인 티스토리 블로그는 차근히,단단하게 키워야 한다. 필수과목이다. 티스토리 블로깅을 통해 '스스로 고용하는 모습'을 만들고 싶다. 그래야 2단계 프로젝트로 넘어갈 수 있다. 

오늘 저녁엔 조선일보에 합격한 고려대 제자 등과 함께 코다리찜에 막걸리 한 사발을 시원하게 들이킬 계획이다. 술에 꼭지가 돌아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겠다. 따르는 제자도 있고, 믿음직한 회사 후배도 있고, 가족들도 모두 건강하고 열심히 살고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자유인이 됐으니, 앞으로 부끄럽지 않게 삶을 꾸리는 일만 남았다. 부디 그렇게 되길 간절히 바란다. 제2의인생길의 첫 날을 불과 6시간 앞둔 지금, 신천지에 대한 설렘이 상당하다. 이제,고려대 제자들을 만나러 출발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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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저 조선일보 합격했습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반가운 소식이 날아 들었다. 지난해 고려대학교 언론학부에 봉직할 때 지도했던 학생이 조선일보에 합격했다고 알려왔다. 12월 1일부터 그는 '조선일보 곽래건 기자'로 사회생활을 하게 된다. 그는 또 '세계일보 김태식 기자'의 탄생 소식도 전했다. 

두 사람 모두 고려대학교 '언론고시반'출신이다. 방학 때 내가 시간을 쪼개 집중 지도한 학생들이다. 올해와 내년에 걸쳐 신문기자,방송기자,아나운서PD들이 무더기로 탄생하길 기원한다. 






난 2009년 한햇 동안 '언론사 20명 합격'을 목표로 삼고 학생 지도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 틈만 나면 "방학 동안에 코피를 쏟아라"며 분발을 촉구하곤 했다. 내가 신문기자이지만, 방송 관련 서적을 여려 권 사서 읽으며 공부하고 방송사 사이트에 들어가 연구해 방송보도 실습을 하기도 했다. 

학생들의 반응은 참 좋았다. "교수님! 방송보도 실습 한 번 더 해요!!!" 학생들의 요구사항에 순순히 따랐다. 현장 취재 연습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휴일 오전에 강남역 6번 출구, 삼성본관 등에 학생들을 소집했다. 근처 커피하우스에서 커피를 함께 마시며 취재 및 기사 작성 요령을 설명했다. 그리고 '취재 주제'를 여러 개 적은 쪽지를 준비해 가서 나눠줬다. 마감시간은 오후5시 쯤.
뭐 대단한 건 아니지만 언론사 실무테스트를 실제로 해본 것이었다. 떨지 말고 응하라는 취지에서였다.   







실로 오랜 만에 내가 '수업 카페'로 썼던 다음 카페를 방문했다. 내가 여전히 카페지기인 이 카페 (http://cafe.daum.net/kumet)엔 한 수강생이 "교수님 안녕하세요. 오랜 만에 들어와서 자료를 보고 갑니다. 확인하실지 모르겠네요."라는 덧글을 남겼다. 조선일보 곽래건 기자의 탄생 뉴스를 댓글로 달았다. 

난 2010년 11월 30일자로 신문사를 떠난다. 곽 기자는 2010년 12월 1일부터 신문사에서 일한다. 세계일보 김태식 기자에게도 축하의 말을 전하고 싶다. 곽래건 기자의 언론계 진입과 김영섭 기자의 언론계 퇴진은 명백한 세대교체의 사례다. 

글=김영섭(edwd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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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일을 완전히 정리했다. 드디어 2010년 11월 30일,30년에 가까운 신문기자 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정확히 27년 1개월 만이다. 나이도 한 달 후면 55세가 되고,아무런 속박도 없는 자유인이 됐으니 명실상부한 자기성찰이 가능해 졌다.  








군 제대를 앞두고 관물을 반납하던 때와는 기분이 사뭇 다르다. 어떤 측면에서는 제대나 퇴직이나 속박을 훌훌 털고 나아가는 것은 똑같은데 말이다. 그 때는 스물다섯 살 패기가 넘치는 청년이었다. 이젠 쉰 다섯 원숙함의 향기를 뿜어내야 할 장년이다. 몇 년 동안 쓰던 노트북 PC를 회사에 되돌려줬다. 페북 친구인 정보지원팀장과 흡연동지 몇 사람이 달려와 건강과 행운을 빌어줬다.  


총무팀엔 신분증을,재무팀엔 법인카드를 각각 반납했다. 보직을 1998년부터 줄곧 맡아 법인카드를 무려 13년이나 썼다. 직책이 썩 빛나지 않았더라도 이런 건 신문사에서 흔하지 않은 기록에 속한다. 몇 년 전 관훈클럽 세미나 때 만난 한 선배는 내게 '보직 전문기자'라고 놀려댔다. 그만큼 회사에서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2010년 말로 딱 2년 남은 회사 생활을 채웠더라도 아마 법인카드는 계속 썼을 것 같다.  




오늘은 좀 어지럽다. 어제 회사 동료들과 1,2차를 하고 2년 전 퇴직한 회사 동기를 불러내 1차를 했다. 때문에 평형감각에 다소 문제가 있는 건 과음 때문일 것이다. 퇴직한다고 어지러운 것은 결코 아니다. 또다른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데 그것 때문에 머리가 팽 돌 이유가 있겠는가.

글=김영섭(edwd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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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
   -백 만 년 동안의 고독 
                                                                                                                                                                                                                                                                                          김옥성                                                                                                                                                               
나의 문장은 사원과 사막과 성곽과 지도에 없는 길을 건너갈 것이다 그리하여 나의 문장에는 고독이 가득하다 지구의 육체를 갈아 입고 시간을 항해하는 가이아를 타고서, 인간의 혈통 속에서 번식하는 DNA를 이끌고서,빅뱅 이전의 우주와 백 만 년 뒤의 우주에서 나는 떠내려 왔다                                                                                           
다시 우주의 가을이라고 한다                                                                                   
나는 내가 거주하고 있는 땅의 대동여지도를 다시 작성하고자 맨발로 걷고 있다 나뭇잎은 떨어지며 고요한 허공에 조종(弔鐘)을 울린다 나의 모든 문장은 조사(弔辭)이다.        
기둥 하나가 보인다 몰락한 왕국의 신전이 있던 자리이다  허블 망원경 속에서 별들은 끊임없이 늙어서 죽고 다시 태어나고 있다 별들의 일대기를 읽으며 별들이 낳아놓은 잿더미와 핏덩이에서 새로 돋아나는 환(幻)을 본다                                                       
나의 침묵을 모함하는 자들의 이름은 무엇인가  가장 위대한 문장들은 도서관의 어둠 속에서 은둔하고 있다 언젠가 글자들은 페이지를 펼치고 찬란한 천공(天空)을 날아오를 것이다                                                                                                                   
나의 안식을 무참히 짓밟은 짐승들의 흙발과,악몽 속에서 날마다 내 손을 잡아 끄는 검고 억센 손아귀와,탐욕으로 가득 채워진 노예들의 이름과,억지와 야비와 교활과 비열과,지옥에서 보낸 한 철을 폐허에 파묻고 왔다                                                           
그렇지 않다면 어찌 내가                                                                                         
백 만 년 동안의 고독을 견딜 수 있겠는가                                                                 
빛의 무리들도 폐허의 발밑에 머리를 조아린다 나의 조사(弔辭)는 찬가이자 송가가 되어 가을 밖의 가을로 퍼져나갈 것이다                                                                       
백 만 년 뒤나 혹은 백 만 년 전의 내가 여전히 걷고 있는                   

소셜미디어,특히 트위터를 하다보면 '백 만 년 만의 트윗'이라는 표현을 종종 접한다. 그 때마다 홀로 빙그레 웃으며 상상의 나래를 펴곤 한다. 백 만이라...  내가 좋아하는 가수 심수봉과 추가열이 부르는 노래 '백 만 송이 장미' 도 상상의 세계로 이끌곤 한다.     '백 만'이라는 표현이 품고 있는 아득함에 대한 동경 때문인지도 모른다. 웹진 시인광장이 뽑은 좋은 시 가운데 김옥성 시인의 '여행자_백 만 년 동안의 고독'을 읽다보면 한없는 상상과 고독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마치 뽕이라도 한 것 처럼...  


                                                                                                                                            "가을 밖의 가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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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경영.상경대학 동문회에서 내는 '연경포럼'(계간지)의 편집인 직무대행을 1년 동안 해오고 있다. 대학 홍보분과위원으로서, 위원장 겸 '연경포럼'편집인인 K선배의 직무를 돕는 역할이다. 취재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에 개입한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은 계간지의 대장이 나오면 레이아웃과 제목,기사를 데스킹하는 것이다. 편집인 직대라는 게 직제 상 있는 건 아니지만, 실무적으로 그런 일을 맡았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선배의 보좌역인 셈이다. 


얼마 전 연경포럼 홍보편집위원회 모임에서 내가 11월 말일자로 퇴직한다는 사실을 알렸다. 일종의 신상 변동 보고다.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의 상황을 매우 잘 알고, 그 때문에 내 현 위치와 미래를 판단할 수 있기에 떠나기로 했다고 배경을 설명해 줬다. 여러 상황으로 물러나야 할 때가 됐다고 난 최종 판단했다. 그리고 '전직 지원' 신청서를 냈다. 회사도 타당성을 인정했다. 그야말로 명실상부한 '명예퇴직'이다. 정년이 2010년 말로 딱 2년 남았지만, 제2의 인생을 꾸리기 위해 회사와 '합의 이혼'한 셈이다.   







작은 기업의 CEO로 열심히 살고 있는 한 젊은 후배가 회식을 마치고 나오면서 한 마디 던졌다. "선배님. 헤드헌터 회사에 등록해 두세요. 요즘 소셜 미디어 분야에 밝은 홍보임원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물론 그럴 것이다. 하지만 내 지론이 있다. "50대는 쓸모는 많으나 쓸 데가 없다." 
적절하게 예우해 줄 만한 연봉과 자리가 없다는 말이다. 

내가 헤드헌터 회사에 등록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큰 자유를 얻었으니 적당히 즐기고 싶다. 하지만 만일 등록한다면? 

▶ 나의 인적 자산은? 
① 연합뉴스(4년 7개월)와 중앙일보 기자 생활을 만 27년 1개월 했다. 따라서 각 언론사에 네트워크가 꽤 있다.   

② 지방본부장,편집국 부장,편집국 부국장,논설위원 등을 두루 거쳤고  행정국장(인사+예산+총무 등 담당)을 꽤 오래 하면서 '경영임원회의'에 계속 참석하고 활동했다. 편집 외에 광고,판매,경영지원 등 숱한 분야를 두루 훑어볼 기회가 많았다. 따라서 경영 감각이 신문기자치고는 상당히 좋은 편에 속한다. 전공도 경영학이다.

③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에서 석사학위 논문으로 '블로그가 언론사 운영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2005년)'를 썼다. 조인스닷컴 블로그를 6년 8개월 운영했다. 누적 방문자 수는 오늘 현재 395만 여 명. 행정국장 겸 웹2.0추진팀장으로 2년 간 일했다. 걷기와 자전거 열풍(워크홀릭 캠페인)을 불러 일으키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이와 함께 웹 2.0 사이트 2개(walkholic.com 과 opentory.com)의 제작을 현장에서 진두 지휘했다. 웹사이트와 연계해 개인의 걷기 기록을 평생 유지하고 다른 사람들과 소셜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만보기(일명 walkie)를 우리 팀에서 개발해 봤다. 따라서  온오프라인 연계에 대한 지식과 관심의 수준이  꽤 높다. 

④ 2009년 한 햇 동안 고려대학교 언론학부에서 초빙교수로 봉직했다. 유민문화재단의 석좌기금으로 회사를 휴직한 채, 안암캠퍼스에서 젊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진로 지도했다. 포털 다음에 수업 전용 카페를 개설해 운영하고, 수시로 학생들과 어울리면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실천해 봤다. 따라서 나이에 비해선 감각이 꽤 젊다. 


⑤ 2009년 컴퓨터 학원에 등록하고,온라인 학습 사이트에 가입해 웹디자이너 과정과 웹 프로그래머 과정을 끙끙대며 공부했다.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의 끈을 줄곧 놓지 않았다. 따라서 IT 전문가 그룹에 대한 이해도가 비교적 높고, 웬만한 것은 코드와 언어가 통한다. 

⑥ 다양한 분야,(크게 보아선) 거의  대부분의 분야에 대한 독서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인문,사회,과학,문화,예술 등 분야에 관한 책에 돈과 시간을 많이 투자했다. 따라서 상상력과 사고력이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다. 

⑦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수 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트위터의 30여 개 애플리케이션(서드파티 포함)을 직접 돌려보는 등 소셜미디어 애플리케이션을 100 개 이상 실험해 봤다. 트윗얌이 평가한 트위터(복수)의 가치는 1억 원이 훨씬 넘는다.한편 페이스북의 친구 는 현재 430명. 따라서 소셜미디어를 통한 다양한 마케팅에 대한 이해도와 관심이 높다. 

⑧ 인간의 도리,의리를 중시하는 편이다. 알고 보면 자존심이 강한 편이나, 조직 적응력도 뛰어난 편이다. 걷기.산책과 등산을 즐기는 편이다. 색소폰을 배웠고 앞으로 훌륭한 취미로 키울 생각이다. 무진장 노력하면서 술을 매우 많이 마실 줄 알게 됐으나, 술에는 장사가 없음을 절감했다. 올해 들어 술자리를 종전의 10분의 1로 줄였다. 그 덕분에 몸무게는 2~3kg 줄었다. 

⑨ 중국어를 시작한 지 24년이 지났으나 아직도 여전히 초보다. 중국 술집이나 상점에선 통하는 구석이 있다. 조직 생활하면서 몇 년마다 틈틈이 공부하려고 애쓴 흔적이 남아 있는 셈이다.  프랑스어,일본어 왕초보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고교 시절의 제2 외국어는 독일어였다. 마누하님과 함께 떠나는 이탈리아 여행에 대비해 '여행 이탈리어어'책 한 권을사서 흥얼거리고 있다.  이번 주말에 라틴어 입문 서적과 사전을 샀다. 꼭 하고 싶었던 외국어다. 기본과정은 마칠 계획이다.


▶ 뭘 원하나? 
연봉 2억원 이상의 홍보마케팅 임원(전무 급 이상). 새로운 웹사이트 구축과 영업을 원하는 회사의 CEO. 하지만 쓸모는 있지만 '쓸 데'가 없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썩 기대하지 않는다. 따라서 곧장 제2의 인생으로 들어가는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계획은 있지만, 도상훈련과 전장은 사뭇 다르다. 뚫어보자!!!

 글 = 김영섭 (edwd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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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회사 동료의 아들(재미 유학생)에게 부탁해 사들인 아이패드의 버전 3.2.2(7B500)를 4.2로 바꿨다. 그동안 우여곡절이 있었다. 맨 처음엔 한글 자판 앱을 하나 사서 메모장에 쓴 뒤 복사해 주소창 등에 붙여넣은 방식으로 활용했다. 아이튠스 앱스토어에 한국 시장이 열리지 않은 탓에,엉터리 미국 주소로 계정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좀 지난 다음엔 스물 한 살 어린 젊은 후배의 꾐에 못이겨 아이패드의 탈옥(Breaking prison)을 감행했다. 내가 아끼는 이 후배는 가을에 회사의 해외출장자를 통해 아이패드를 구입했다. 바이러스나 해킹이 두려워 하지 않으려 했으나,젊은 후배가 괜찮다며 본인이 해주겠다고 적극 나서는 바람에 탈옥하고 말았다. 






2007년에 구입해 작동하느라 끙끙댔던 아이팟에 넣어두었던 뮤직은 탈옥한 아이패드에 그대로 살아 남았다. 아이팟에 들어 있는 뮤직 140곡 가운데 대부분은 내가 소리바다에서 돈을 내고 공식 구입한 것이다. 일부는 '우리집 연예인' 둘째 아들이 갖고 있던 곡이다. 아마도 P2P로 내려받은 곡일 것이다. 탈옥의 최대 축복은 한글 자판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아이패드 탈옥의 달콤함을 행복하게 즐겼다. 

초가을까지만 해도 아이패드의 국내 보급량이 1,000대 선으로 추정됐던 만큼 다른 사람들이 갖고 있는 아이패드는 코빼기도 보기 힘들었다. 전철에서 아이패드를 하는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간혹 아이패드의 존재를 아는 사람들이 다가와 이것저것 묻기도 했다. 가을이 깊어지면서는 중고생들이나 젊은 사람들이 부러운 눈초리로 지켜봤다. 50대 중반의 장년이 아이패드 얼리 어댑터로서의 행복감을 맘껏 누린 셈이다.







10월 중순,아이폰을 손에 넣었다. 이 때 아이폰에 뮤직과 각종 무료 애플리케이션을 깔면서, 아이패드를 아이튠즈와 동기화했다. 이 과정 역시 젊은 후배가 해줬는데 어찌 된 일인지 아이패드에 한글 자판이 사라졌다. 다시 문자(한글)가 없는 암흑시대로 돌아간 것이다. 하지만 웬만한 트윗이나 페북 놀이는 아이폰으로 해치울 수 있었다. 아이패드는 주로 각종 사이트를 보는 데 활용했다. 

드디어 아이패드 iOS 4.2를 깔 수 있다는 낭보가 날아 들었다. 네이버의 아이패드 동호회에 올라온 정보와 검색 결과를 바탕으로 주말에 작업을 시작했다. 아이패드를 노트북 컴퓨터에 연결하고 (최신) 버전 업데이트 버튼을 눌렀다. 컴퓨터가 알아서 척척 하는 과정을 눈여겨 봤다. 그 과정은 ① 버전 3.2.2를 없애고  iOS 4.2 깔기 ② 아이패드에 들어 있는 컨텐츠(애플리케이션 포함)를 아이튠즈로 보내기 ③ 아이튠즈에 정리된 컨텐츠를 아이패드로 보내기(즉 동기화) ④ 백업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탈옥한 탓인지 제대로 깔리지 않는다. 제대로 깔리지 않았다는 경고문이 떴다. 하는 수 없다. 복원하는 수밖에. '버전 업데이트' 버튼 밑에 있는 '복원' 버튼을 눌렀다. 팝업창에 ▶다운로드 및 업그레이드 할 것인가 ▶ 다운로드 할 것인가 선택하는 버튼이 보인다. 이 때 첫 번 째 버튼을 누르면 아이패드에 이미 들어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다 날라간다. 다운로드= 버전 4.2로 업그레이드, 업그레이드 = 아이튠즈에 있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아이패드 업그레이드(최신화) 이기 때문이다. 버전만 4.2로 높이려면 반드시   '다운로드'만 하는 마지막에 있는 버튼을 눌러야 한다. 

'다운로드+업그레이드' 버튼을 누르는 바람에 아이패드에 깔려 있던 애플리케이션이 기본만 남기고 모두 사라졌다. 아이튠즈에 진열된 많은 애플리케이션 가운데 마음에 드는 무료 애플리케이션을 일일이 아이패드에 다시 까는 작업을 몇 시간에 걸쳐 해야 했다. 오, 하나님! 



아이패드를 최신 버전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뮤직 11곡이 소실됐다. 이게 아마 '우리집 연예인' 둘째 아들이 P2P로 받은 부실한 뮤직일 터이다. 몇 시간 뒤, 내 아이패드는 완전 정상이 됐다. 더욱이 '떳떳한 한글 자판'을 쓸 수 있게 됐으니 얼마나 좋은가!!!  

다음은 아이팟 차례다. 시행착오를 거쳤으니 4.2버전으로 바꾸는 건 너무 쉽다. 이제 완벽한 '애플 매니어'그룹의 한 귀퉁이를 차지할 수 있게 됐다. 아이팟-아이패드-아이폰에 이어 한 달 전 MAC 미니PC에 지름신이 강령하시는 바람에 구입해서 잘 쓰고 있고, 버전도 모두 업그레이드 했으니. 베이비부머 퇴직일기 27일 째의 내용이 가장 난해하다.

글 = 김영섭 (edwd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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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분신(分身) 같은 존재나 징표가 있게 마련이다. 월급쟁이에겐 신분증이 중요한 분신의 하나다. 신분증이 회사 출입증의 역할을 하거나 출결을 체크하는 데 통상 쓰이기 때문이다. 나를 드러내고 증명하는 신분증이야말로 개인의 분신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이제 근무일로 따져 월,화 이틀이 지나면 정든 회사를 영영 떠난다. 나는 회사가 마음에 썩 들지 않는 일이 있어도 이해하고, 애써 조직에 적응하려고 했다. 한편 회사는 내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아도 나를 예쁘게 감싸준 게 분명하다. 그 덕분에 그 오랜 세월을 '동거'할 수 있지 않았겠는가.  










금요일 오후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퇴직 처리 절차에 따라 신분증과 노트북PC를 반납해 달라는 것이었다. 노트북은, 한 달 간의 말년휴가(연월차 휴가) 내내  '출근'한 마포 사무실에 있다. 양복 바지 뒷주머니의 지갑에서 회사 신분증을 꺼내 봤다. 이 증이 발급된 게 도대체 언제였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때가 꽤 묻어 있다. 

사람이 죽었을 때 고인의 몸을 정성껏 깨끗하게 씻어 드린다. 그런 다음 수의를 입힌다. 서양에선 고인의 얼굴 등 몸 치장까지 한다. 가톨릭 장례의식을 영화 같은데서 보면 고인은 얼굴에 화장을 하고 눈을 감은 채 관에 누워 있다. 조문객들은 사자(死者)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고 꽃을 가볍게 놓는다. 

고인의 몸을 청결하게 하는 건 시신을 땅에 묻는 매장의 경우에 한하지 않는다. 화장(火葬)할 때도 그렇게 한다. 그것은 떠나는,아니 돌아가는 고인에 대한 인간적인 예의다. 주변 사람들에 대한 예의일 수도 있다.  땅 속에서 곧 영면에 들어가거나 불구덩이 속에서 몇 줌의 재가 될 터인데도 굳이 고인의 몸을 깨끗하게 씻어준다. 인간의 일이다.






      

신분증은 아마도 1990년대 초반부터 내 분신이었다. 그런 귀중한 신분증을 며칠 뒤 장례 지내야 한다. 내 분신은 반납되면 파쇄기로 부숴지고 이내 쓰레기통에 쳐박힐 것이다. 그리고 머지않아 쓰레기 소각장에서 불에 타 육신을 잃을 게 분명하다. 죽은 사람에 비유하자면 매장이 아니라 화장이 된다고 할 수 있겠다. 


욕실로 신분증을 들고 가 깨끗히 씻어줬다. 오랫동안 풍파에 시달려 때가 덕지덕지 묻고 낡은 내 분신을 비누로 정성껏 씻어줬다. 어차피 며칠 후면 소각장의 불덩이 속에서 활활 탄다. 갓난 아이의 한 줌도 안되는 재가 돼 사라진다. 하지만 그냥 보내지는 못하겠다. 분신의 육신을 어루만져 준다. 따뜻한 위로의 말을 마지막으로 건넨다. 
"슬퍼하지 말아라. 만물유전(萬物流轉)이라, 모든 것은 흐른다 ( Panta rhei )."

글 = 김영섭 (edwd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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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으로 어린 아이들처럼 장난을 쳐봤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 사진으로 장난질을 해 본 것이다. 누구나 아는 말 한 마디가 순간 머릿속을 감돈다.  "40세가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거울 속 내 얼굴이 참 많이 늙었다. 이마에 주름이 세 가닥 계곡처럼 깊게 패였다. 양 미간에는 또 두 줄의 주름이 실개천처럼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이마의 주름은 눈을 치뜨는 버릇 탓에 생긴 듯하다. 어쩔 도리가 없다. 하지만 두 눈썹 사이에 패인 두 줄기는 내 책임이다. 이건 만들지 않을 수 있었는데..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찡그려서 낙인이 찍힌 것 같다.  

지난해 1년 동안 고려대학교 강단에 섰을 땐 이렇다할 스트레스 없이 행복하게 잘 지냈다. 그래서 틈 나는 대로 양 미간의 골을 펴보려고 애썼다. 거울을 보며 손으로 문지르고,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쉽사리 없어지지 않았다. 중국의 '찡그린 모습조차 예쁜 미인' 서시도 아닌데 여간 보기 싫은 게 아니다.  

공식 퇴직일자가 어느덧 나흘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이제 훌훌 털고 새 출발을 해야 한다.  앞으로는 인상을 찌푸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겠다.  어제 오후 늦게 인사팀에 전화를 걸었다. 마무리 절차에 대한 안내를 부탁했다. 법 없이도 살 수 있을 만큼 착하고 일을 깔끔하게 처리하는 K씨가 오늘 중 이메일로 퇴직절차를 알려준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찬바람이 쌩쌩 부는 성(城)밖으로 나올 날이 워킹데이로 따지면 금요일과 월,화요일 사흘밖에 남지 않았다. 마누하님이 며칠 전 마지막 월급날에 내 눈치를 봐가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마지막 봉급 받으니 기분이 어때요?" 

"뭐 그다지 쓸쓸한 생각은 들지 않아. 앞으로 살아갈 날을 깊이 생각하고 준비해야 하니 그런가 봐. "  하지만 어찌 쓸쓸하지 않겠는가. 27년 여의 직장생활을 청산하고 은퇴하는 마당에 완전 덤덤한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그래도 쇼는 계속돼야 한다. 아,내 젊음. 

글 = 김영섭 (edwd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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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라드 로렌츠는 오스트리아의 동물학자다. 1989년에 사망한 그는 1973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그는 인류의 미래와 생태계 보존에 관심이 많았다.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하던 해, 콘라드 로렌츠는 인류의 8가지 죄악을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했다. 전통 파괴,(외부의 자극에) 쉽게 휘둘리는 행태,감정의 끝장,인구 폭발,유전적 타락,삶의 터전 파괴,지나친 경쟁,핵무기 확산 등을 꼽았다. 그 당시엔 인구폭발이 지구적 관심사였다. 하지만 오늘날엔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많은 나라에선 고령화가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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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있을 수 있다. 이미 고대 이집트인들이 좋은 사례를 보여주고 떠났다. 이집트인들은 영생을 믿었다. 그들은 비교적 풍부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매년 나일강이 넘쳐 흘러 농토가 기름졌기 때문에 농작물을 많이 수확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먹고 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행운을 누렸다. 

이집트는 사막과 좁은 수에즈운하 때문에 웬만한 적들은 접근하기 힘들었다. 그 때문에 외침에 대한 불안감이 거의 없었고. 국내 정치도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사후세계의 존재에 대한 믿음이 그들에게 평생에 걸쳐 죽음을 준비할 수 있게 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죽더라도 강물 속에,공기 속에 존재하며 살아 있는 사람들의 주변에서 함께 존재할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이런 믿음은 죽음에 대한 공포를 없애줬다. 그리고 장구한 세월에 걸쳐 피라미드를 건설할 수 있게 했다. 

한편 피라미드 건설 노동자들이 마늘과 양파,그리고 무를 배급받아 먹었다는 기록은 음식문화사에서 꽤 중요한 사실이다. 현재를 사는 사람들 가운데 윤회를 믿는 불교 신자 등 독실한 종교인들은 죽음을 썩 두려워 하지 않는다. 비록 죽음을 평생 준비하지는 못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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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웰리스는 명문 캠브리지대를 졸업한 언론인이다. 영국 인디펜던트 지 경제부장을 지낸 그는 2020년부터 서구 경제가 고령화의 충격을 감당하지 못해 휘청거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른바 '고령화 파동'의 강도가 리히터 지진계로 치면 무려 9도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비붐세대의 은퇴가 몰고 올 유례없는 정치,경제,사회적 격변을 경고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고령화의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이 때문에 앞으로 선진국들은 한국이 어떻게 고령화에 대처하는지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한국 사례를 철저히 벤치마킹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좋든 싫든 '고령화 선진국'이라 불러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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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베이비부머)도 페이스북을 참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미국의 베이비부머는 제2차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부터 1964년에 태어난 사람들을 뜻합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에선 1955~1963년생을 가리킵니다. 베이비부머들이 선호하는 페이스북 에티켓을 영상으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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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은퇴에 두 아들이 꽤 긴장하는 것 같다. 특히 큰 아들의 긴장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보인다. 큰 아들은 올 가을부터 중국 북경사범대에서 1년 일정의 어학연수를 하고 있다. 학교 기숙사에서 산다.말수가 적고 내성적인 이 녀석은 중국으로 떠난 뒤, 아빠가 퇴직을 결심했다는 소식을 엄마에게서 들었다. "아빠가 11월 말로 퇴직이다. 너 긴장하라고 말하는 거야." 라고 했더니 "그렇지 않아도 연말에 그만두시겠다고 몇 번 말씀하셔서 긴장하고 있었다"고 했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연예기획사에서 맹연습 중인 '우리집 연예인' 둘째 아들은 성격이 매우 쿨해서 내색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알고보면 정이 깊은 녀석이다. 아빠가 쓸쓸해할까봐 귀가해서 일부러 방안에까지 들어와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둘째는 지난해 초빙교수로 봉직한 고려대학교 언론학부의 마지막 강의 시간에 '깜짝 참석'하기도 했다. 아끼던 몇몇 수강생이 "웬 연예인처럼 생긴 자가 강의실에 들어오길래 의아해 했는데,교수님 아들이었군요"라고 말했다. 

둘째는 2년 전 철야 운영하는 바에서 알바해 번 돈으로 워커맨 만년필,볼펜 세트를 아빠 생일선물로 준비해 감동케 했다. 또 엄마 생일 땐 가락시장에서 홍합 등을 사와 미역국을 끓여줬다. 하는 행동을 보면 참 쿨한데,뜻밖에 정이 깊다. 이 녀석은 시베리아에 떨어뜨려 놓아도 뜨거운 물병을 들고 나타날 정도로 적응력이 강하다. 2년제 실용음악과를 졸업하고 동아방송대에 재입학했다. 천만다행으로 엄마를 닮아 춤을 잘 춘다. 노래는 아무래도 친가 사람들을 닮은 것 같다. 

긴장하는 두 아들에게 말해 줬다. "아빠의 퇴직금 가운데 너희들 학비를 뚝 떼어 놓을테니 걱정하지 마라. 그리고 아빠는 조만간 다시 돈을 벌 수 있다." 얘들아,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아빠를 믿으렴.     


글 = 김영섭 (edwd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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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년 닭띠의 경우 통계적 기대수명은 남자 78.4세,여자 84.3세다. 

하지만 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건강 수명'은 남자 68세,여자 74세에 불과하다. 베이비부머는 이같은 통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남자의 건강수명은 고작 68세이니,앞으로 아프지 않고 의젓하게 살 수 있는 날은 평균 15년밖에 남지 않았다. 자신의 몸을 술과 담배,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스트레스 등으로 괴롭힐 경우엔 평균 건강수명을 다 누릴 수 없음은 물론이다.   







저녁 술은 한 달에 한 두 번 마시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꼭지가 좀 돌더라도 이 정도면 이른바 '칵테일 효과'로 몸을 엉망진창으로 몰아가는 어리석음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칵테일 효과는 좋은 게 아니다. 술을 마실 때 담배를 뻑뻑 피면,즉 체인 스모커(chain smoker)의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건강에 나쁜 영향이 크게 늘어나는 현상을 일컫는다. 말하자면 나쁜 영향의 시너지 효과인 셈이다. 

하루 종일 책 읽고,글 쓰다 보면 아직도 담배를 끊기가 결코 쉽지 않다. 당분간 흡연량을 가급적 줄이도록 노력하고, 제2의 인생 계획이 어느 정도 자리잡으면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담배+술'이 부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는 칵테일효과를 최소화하고, 등산을 정기적으로 하고,산책을 생활화하고,어떤 스트레스도 나름대로 풀어버린다면 1957년생 남자의 건강수명 68세를 지킬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사람답게 반듯하게 살자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글 = 김영섭 (edwd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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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경영학과 동기 모임이 1년에 몇 차례 있다. 함께 등산을 가기도 한다. 모임에 갈 때마다 많이 웃고 떠든다.대학 동기 모임엔 '이념'이 전혀 없다.따라서 항상 즐겁고 정겹다. 


학교 다닐 땐 이름과 얼굴이 매치되지 않았던 동기들이 하나둘씩 친구가 돼 간다. 50대 중반에 여전히 건재한 그룹은 수 십 명에 달하는 대학교수 및 공인회계사 그룹이다.










 가업을 물려 받아 처음부터 취직하지 않은 동기들에겐 다소 부침이 있다. 행정고시로 고급공무원이 됐던 친구들은 정무직이 됐거나 산하기관으로 나왔거나 대학으로 옮기는 등 상당한 변화가 있다. 대기업에 입사했다가 일찌감치 자기 사업을 시작한 동기들은 이 분야의 베테랑들이다. 크게 성공한 사람은 드물지만, 그런대로 잘 살아가고 있다. 

가장 진폭도 크고 변화무쌍한 동기 그룹은 대기업과 은행,증권회사,투자회사,외국계 기업 등에 입사해 관리자나 경영자로 살아온 사람들이다. 그동안에도 명함이 수시로 바뀌었는데,최근 들어 그 정도가 심하다. 


 어제 저녁에 있었던 동기 모임에서 새로 만든 내 '백수 명함'을 뿌렸다. 덕담이 많이 나왔다. "동기들 중 유일하게 정치를 할 수 있는 사람이니 밀어주자"는 외침도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10년 전 쯤 사업을 하는 몇몇 동기들이 진지하게 "밀어줄 수 있으니 정치를 해보는 게 어떠냐"라며 정계 진출을 제안한 적이 있었다. 물론 내 대답은 "노 탱큐"였다. 어제 모임에서도 난 그냥 피식 웃고 말았다. 빈 말이라도 그냥 좋다. 꽤 돈이 많은 한 친구는 "교육 분야 사업을 하면 최소 1억 원에서 10억 원까지 투자해 줄 수 있다"며 "넌 꼭 다시 성공할 것"이라고 격려해 줬다. 그러면서 "언제든지 전화해라. 술은 내가 살게. 너의 많은 아이디어도 듣고 싶다"고 말했다. 이 역시 빈 말이라도 고마운 멘트다.

동기들 중 가장 친한 그룹에 속하는 리스캐피털 회사의 임원은 "마포에서 술 마실 땐 꼭 날 불러라. 여의도에서 즉각 달려와 술값 계산하고 갈게."라며 속깊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모임 때마다 가장 말 많고 떠드는 내게 대학 동기들의 이런저런 격려는 큰 힘이 된다. 경영학과 입학 동기 160명(+편입생) 가운데 신문기자직으로 진출한 사람은 내가 유일하다. 그 희소가치 때문에 동기들은 내게 꽤 큰 관심을 보였던 것 같다. 

 이처럼 화기애애한 대학 동기 모임과는 달리, 고교 동기 모임에 가면 꼭 강한 스트레스를 받고 온다. 거기엔 강력한 '이념'이 도사리고 있다. 뱉어내는 말들에 가시가 돋고, 때론 마음을 심하게 상하게 한다. 그들은 정치권에는 항상 불화살을 쏜다. 뿐만 아니다. 재벌그룹이나 언론,때로는 검찰과 사법부를 향해 강한 성토가 쏟아지기도 한다. 그래서 이 모임엔 가급적 나가지 않는다. '회사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은 마당에 왜 '모임 스트레스'까지 받아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아마도 앞으로도 고교 동기 모임보다는,대학 동기 모임에 애정을 훨씬 더 많이 쏟을 것 같다. 정담과 덕담이 오가는 모임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겠는가.  

글 = 김영섭 (edwd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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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 준비를 하려고 같은 대학 같은 학과 동기들이 함께 쓰는 사무실의 한켠을 차지하자마자 한 동기가 단단히 일러줬다. 
"야! 회사 다닐 때와는 천양지차다. 모든 걸 네 돈으로 써야 하니 금전출납부에 꼼꼼히 기록해라. 그래야 비용 통제를 할 수 있다. 당장 한 권 사서 쓰기 시작해!"











저항할 틈도 없이 몰아치는 한 친구의 강권에 못이기는 척 순순히 따랐다. 사무실 근처의 문방구점에 가서 자그마한 금전출납부를 샀다. 그리고 태어나 처음으로 이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아직 나에겐 가계부로 부를 수 있는 이 장부가 조만간 명실상부해졌으면 좋겠다. 출(出)과 납(納)이 팽팽하게 맞서는 날을 앞당기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겠다. 
 


 



20여 일 동안 기록한 금전출납부를 꺼내 죽 훑어 봤다. 며칠 동안 집중적으로 지출한 돈은 주로 개인 인프라 구축용이다. 맥pc와 모니터,전화 가설,릴 4포트 허브(USB 2.0 고속전송 Mbps),외장하드 등에 돈을 많이 썼다. 책값도 꽤 많이 들었다. 생활 잡비에 해당하는 지출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것은 아직도 담배값이다. 이밖에 식대(식권 구입비 포함).교통카드 충전 비용 등이 주를 이룬다. 담배값은 조만간 정리 대상으로 삼아야 겠다.   


금전출납부를 쓰다보니 작은 희열이 있었다. 계산이 100원 짜리 동전까지 정확하게 일치할 땐 작은 기쁨을 느꼈다.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전혀 챙기지 않았던 100원,500원 짜리 동전에도 관심이 쏠린다. 월급쟁이로 살다 은퇴한 사람은 대범함과는 담을 쌓아야 한다. 꼼꼼할 필요가 있다. 누가 '쫀쫀하다'고 비웃음을 날려도 되레 콧방귀를 뀌어야 한다. 

집에는 동전이 가득하다. 현역 시절에 거스름돈이 귀찮아 저금통이나 자루 주머니에 내동댕이친 것들이다. 슬쩍 끄집어 내 봤더니 500원 짜리도 꽤 많다. 이것들은 앞으로 문구류를 살 때 요긴하게 쓸 생각이다.

은퇴한 뒤에도 호기를 부려선 절대 안된다. 특히 술자리에서는 조심해야 한다. 매사에 계획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호기나 호사조차도 출납 개념을 바탕으로 부리거나 누려야 한다. 금전출납부 작성 23일 째다. 











글 = 김영섭 (edwd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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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퇴직일자가 8일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진짜 코앞이다. 거친 파도 위에서 해안선으로 내려오니 무인도다. 사람이 없는 섬에선 내가 '모든 것'(everything)이다. '긍정적인 어떤 것'(something)도 아니다. '부정적인 어떤 것'(anything)도 물론 아니다. 그저 내가 모든 것일 따름이다. 어느 누구도 나에게 강요할 수 없다. 큰 자유인이니까. 

은퇴가 내게 내리는 가장 큰 은총은 자유, 바로 그것이다. 조직적 스트레스로 술독에 빠져 허우적거릴 일이 전혀 없다. 누군가,뭔가 챙기기 위해 술을 억지로 마셔야 하는 일도 당연히 없다. 술을 마시고 울분을 참지 못해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악몽 같은 추태도 이젠 옛 추억에 불과하다. 참 행복하다. 그래서 은퇴는 좋은 것이다. 

저녁에 술을 마시지 않은 지가 오늘로 벌써 열흘이 지났다.알코올로 목욕한 그 날은 좋아하는 사람들이 마련한 송별회 겸 송년회였기 때문에 즐거웠다. 홀가분한 기분으로 노래도 맘껏 불렀고,맛있는 음식도 솔찬히 얻어 먹었다. 밤 시간을 즐겼기 때문에 그 다음 날에도 몸이 가뿐했다.


돌이켜 보면 술을 참 많이 마셨다. 한때는 직장에서 한 손에 꼽히는 술꾼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정도다. 대학 시절 소주 반 병만 마셔도 헤롱대던 인간이 세파를 헤쳐오느라 고생이 심했다. 아마도 내 간담이 서늘해 졌을 게다. 밤마다 알코올로 덥혀주던 주인이 왜  술 한 방울도 떨어뜨려 주지 않는지 궁금해 죽을 지경일 거다. 

술도 안마시고, 시간도 내 멋대로 조절할 수 있으니 귀가 시간이 빠르다. 마누하님이 밖에 볼 일이 있는 때만 빼곤 대부분의 경우 함께 저녁밥을 먹는다. 아이들 이야기,친인척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다운받아 볼 만한 영화 이야기도 화제에서 빠지지 않는다. 인간적인,너무도 인간적인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오늘은 오전 6시 쯤 잠에서 깨어났다. 조간신문을 읽고, 테마를 하나 찾아 블로그에 끄적거렸다. 사무실에 와서도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작업을 계속했다. 독서를 바탕으로 상상의 날개를 펴야 비로소 글을 쓸 수 있다. 아무리 시시하고,별 볼 일 없는 글도 테마를 잡아 쓰자면 썩 쉽지 않다. 몇몇 전문분야의 지식을 정리하고, 깊이를 더하려면 끊임없는 독서가 필요하다. 삼다(三多) 하지 않으면 안된다. 다독(多讀),다작(多作),다상량(多商量)은 제2의 인생에서 필수과목이다. 

글 = 김영섭 (edwd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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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는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 전문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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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피터하트연구소는 2002년 8월 '은퇴의 새 얼굴(The New Face of Retirement)'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소는 은퇴의 유형을 네 가지로 나눠 각각의 인구 비율과 특성을 비교했다. 은퇴 유형 4가지는 탐험가형,전통적 은퇴생활형,근심형,환자형이다.



  은퇴(제2의 인생) 유형    미국인의 유형 비율               특     성
            제1형
        (탐험가 형)
                 27%  나이를 잊은 탐험가형 또는 기업가형.은퇴생활을 제2의 황금기로 여긴다.창업과 사회활동,자원봉사를 마다하지 않는다.순자산 규모는 평균 5억 원.매년 연금 7000만 원을 받는다.일찍부터 은퇴를 계획하고 준비했다.
            제2형
  (전통적 은퇴생활형)
                 19%  휴양지에서 살면서 여행 및 취미생활에 중점을 둔다. 사회활동이나 자기계발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제3형
          (근심형)
                  22%  재산이나 연금 소득이 비교적 적은 편. 현재의 생활에 썩 보람을 느끼지 못한다.매년 연금 4000만 원을 받는다.순자산 규모는 2억5000만 원.
            제4형
          (환자형)
                  32%  자산 규모도 적고,미래에 대한 흥미나 생활 만족도가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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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2004년 4월부터 운영한 조인스 블로그(blog.joinsmsn.com/edwdkim)의 대문 이름은 '파우스트의 인생탐험'이다. 후배들에게 블로깅을 권유하면서 모범을 보이고자 했던 블로그 초기엔  '조인스기자 블로그' 1위에 한동안 등극했다. 누적 방문자 수는 오늘 현재 395만 여 명이다. 은퇴를 결심한 이후엔 거의 글을 올리지 않았다. 이 블로그의 포스팅 숫자도 수 천 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자물쇠를 채워 보이지 않게 해 뒀다. 

블로그 이름 '파우스트의 인생탐험' 가운데 파우스트는 괴테의 '파우스트'와 독일어 파우스트(faust,영어로는 fist 즉 '주먹'이라는 뜻)를 감안해 택했다. 번역 가요인 '내 생애 봄날은 간다'의  가사에 나오는 '~ 두 주먹~'의 그 '주먹'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인생탐험에는 내 좌우명과 인생관이 녹아들어 있다고 하겠다.  
 
인생탐험. 그렇다. 뭔가 끊임없이 찾고 추구하는 탐험정신,그것이 나의 본질이자 특성이라고 본다. 중앙선데이 2010년 11월 21일자  30면에는 '탐험가형 노후 준비하자' 제하의 칼럼(필자는 우재룡 삼성생명 FP센터 은퇴연구소장)이 실렸다. 미국 피터하트연구소가 2002년 8월 발표한 '은퇴의 새 얼굴(The New Face of Retirement)' 연구 결과를 인용한 칼럼이다. 
여기엔 4가지 유형의 은퇴가 소개됐다. 탐험가형,전통적 은퇴생활형,근심형,환자형이 그것이다. 베이비부머 또는 노후를 염두에 두고 생활하는 당신은 그 가운데 어떤 유형을 택할 것인가. 


  은퇴(제2의 인생) 유형    미국인의 유형 비율               특     성
            제1형
        (탐험가 형)
                 27%  나이를 잊은 탐험가형 또는 기업가형.은퇴생활을 제2의 황금기로 여긴다.창업과 사회활동,자원봉사를 마다하지 않는다.순자산 규모는 평균 5억 원.매년 연금 7000만 원을 받는다.일찍부터 은퇴를 계획하고 준비했다.
            제2형
  (전통적 은퇴생활형)
                 19%  휴양지에서 살면서 여행 및 취미생활에 중점을 둔다. 사회활동이나 자기계발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제3형
          (근심형)
                  22%  재산이나 연금 소득이 비교적 적은 편. 현재의 생활에 썩 보람을 느끼지 못한다.매년 연금 4000만 원을 받는다.순자산 규모는 2억5000만 원.
            제4형
          (환자형)
                  32%  자산 규모도 적고,미래에 대한 흥미나 생활 만족도가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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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컴퓨터와 씨름했더니 허리가 아프고,옆구리가 결린다. 무선 공유기에 노트북의 방향을 맞추다 보니 몸이 뒤틀린 자세로 컴퓨터 작업을 한 탓이다. 완전 백수가 되는 첫 달인 12월의 활동을 준비하느라 요즘 회사 근무 때보다 2배 이상 힘들다. 하지만 어차피 '결행'(선배의 표현)을 했으니 준비를 게을리해선 안된다. 큰 자유를 찾긴 했지만, 그 안에는 스스로 옭아매는 틀이 똬리를 틀게 마련이다. 








자정 무렵,  등과 옆구리 부근에 파스를 다닥다닥 붙이고 산책에 나섰다. 언제나 오가는 양재천 길이 산책 코스다. 양재천엔 안개가 자욱하다. 신문에서 많이 쓰는 '안개 정국'이라는 표현이 가슴에 와닿는다.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려는 지금, 그야말로 앞날이 안개 속에 가리워져 있다. 하늘에 뜬 달이 어느새 꽉 찼다. 저렇게 만월(滿月)인 걸 보니 오늘이 음력 보름 전후인 것 같다. 집에 와서 달력을 봤더니 20일이 음력 보름인 게 맞다. 달이 차면 기울고, 기운 달은 또 자신을 점점 더 채워나간다. 나는 이제 기우는 달이다.다시 꽉 채워야 할 달이다.   




이에 앞서 오후엔 렌즈가 심하게 긁힌 안경을 새로 맞추러 단골점에 갔다. 뭘 하든 씀씀이를 줄여야 한다. 때문에 안경테를 학생들이 주로 쓰는 검은 뿔테로 바꿀 작정이었다. 그리고 다초점렌즈도 가급적 싼 것으로 고를 생각이었다. 다짜고짜 "값싸고 튼튼한 학생 뿔테로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안경점 직원은 내 자료를 찾아보더니 고개를 갸우뚱한다. 2006년에 맞춘 안경과 렌즈는 아마도 최상급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직원이 의아하게 생각할 만하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꽤 많은 돈을 들인 것 같다. 오늘 가격표를 보니까 당시의 수준으로 안경을 맞추려면 80만 원 안팎이 들 것 같다. 

안경점 직원의 강력한 권유에 따라 쉽게 부러진다는 학생 뿔테는 포기했다. 하지만 다초점 렌즈는 일제가 아닌 국산을 택했다. 훨씬 더 싸다. 현금으로 지불키로 하고  값을 흥정해 31만 원으로 결론냈다. 수입이 다시 생기기 전까지는 모든 지출 규모를 줄이는 게 마땅하다. 슬퍼하거나 부끄러워할 필요 전혀 없다. 학창시절엔 이보다 몇 배 더 고생하지 않았는가. 양재천을 거닐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본다. 어쨌든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았다. 편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보내고 있다. 그래서 속박을 떨쳐버린 자유란 좋은 것이다.       







글 = 김영섭 (edwd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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