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 퇴직일기](12) 마누라를 '평생 동지'로!
베이비부머 / 2010. 11. 13. 08:00
마누하님에게서 뜻깊은 선물을 받았다. 120G 외장하드를 택배로 받았다. 텍스트는 물론 사진,영상을 많이 저장해야 하는 남편의 사정을 잘 헤아려 준 최고의 선물이다. 이래서 마누라는 '평생 동지'다. 눈깍지에 뭔가 씌워져 죽고 못살아 결혼하더라도 '연인'만으로는 평생을 지내기 힘들다. 행복감도 같이 누리지만, 가시밭길도 함께 헤쳐가야 하는 게 부부라고 난 믿는다.
사실 마누라의 따뜻한 배려가 퇴직자에겐 매우 중요하다. 특히 조직에서 물러나야 할 입장에 처한 남자들에겐 마누라의 협조와 애정이 없으면 무척 힘들다. 그런 점에서 나는 행복한 퇴직자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어려운 고비를 만날 때마다 마누하님은 위로하고 격려하고 이해해 줬다.
마누하님이 '퇴직 기념'으로 해 준 게 몇 가지 있다. 영국에서 들어온 명품 버버리코트를 장만해 줬다. 앞으로는 사는 게 쉽지 않을 비싼 옷이다. 그리고 캠코더를 사줬다. 1인 방송국을 운영함과 동시에, 영상을 직접 찍어 편집(자르기,배경음악 깔기,자막 넣기 등) 하고 1인 리포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다.
또 하나의 선물이 바로 외장하드다. 삼성 제품인데 귀엽게 생겼다. 외장하드 가죽 케이스와 명함 지갑,USB 케이스,그리고 영화 다운로드 상품권 등 사은품이 풍성하다. 8G~2G USB 몇 개를 외장하드 덕분에 깔끔하게 정리했다. 외장하드엔 앞으로 틈만 나면 많이 찍을 사진을 저장하는 데 가장 요긴하게 쓰일 것 같다. 물론 각종 프로그램 CD도 외장하드에 저장하기 시작했다.
이런 귀한 선물도 고맙지만, 무엇보다도 남편의 기를 살려 주기 위해 애쓰는 게 훨씬 더 가슴에 와닿는다. 그녀는 보험 하나를 해약해 내년초 해외여행을 가자고 했다. "그동안 수고했으니, 더 늦기 전에 둘만의 오붓한 여행을 떠나자"고 마누하님은 말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두 아들에게 입버릇처럼 되풀이하는 말이 있다. "아빠의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은 네 엄마를 만난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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